압력을 고정한 이원계 상태도는 가로축의 전체 조성과 세로축의 온도를 입력하면, 평형에서 어떤 상이 안정한지를 돌려주는 지도입니다. 읽는 순서는 언제나 “점 → 영역 → 타이라인 → 지렛대”입니다.
A–B 시편의 온도가 1250 °C까지 내려왔습니다. 전체 조성은 여전히 35 wt% B지만, 이제 액체와 고체가 함께 보입니다. 온도계와 전체 조성만으로 내부 상태를 예측해야 합니다.
상태도 위 한 점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?
이번 장의 답영역에서 존재 상을, 타이라인에서 각 상의 조성을, 지렛대 원리에서 각 상의 양을 읽습니다.
01상태도가 말하는 것 — 평형의 지도
상태도 위 한 점은 “이 전체 조성의 재료를 이 온도와 압력에 충분히 오래 두었을 때 어떤 상이 평형으로 존재하는가”를 뜻합니다. 핵심은 평형과 충분한 시간입니다. 빠르게 냉각하면 확산이 따라가지 못해 상태도가 예측한 조성에 도달하지 못하거나, 준안정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.
또한 가로축이 wt%인지 at%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. 20 wt% B와 20 at% B는 원자량이 다르면 전혀 다른 조성입니다. 세로축은 보통 온도지만, 압력–온도 상태도나 화학퍼텐셜을 축으로 한 상태도도 있으므로 축과 고정 조건을 읽는 습관이 중요합니다.
02축, 영역과 경계선 읽기
가장 단순한 완전고용형 A–B 상태도에는 액체 L, 고체 α, 그리고 L+α의 세 영역이 있습니다.
- 액상선(liquidus) 위 — 전부 액체입니다. 냉각 중 액상선을 만나면 첫 고체가 나타납니다.
- 고상선(solidus) 아래 — 전부 고체입니다. 냉각 중 고상선을 지나면 마지막 액체가 사라집니다.
- 두 선 사이 — 액체 L과 고체 α가 함께 존재하는 2상 영역입니다.
가열 관점에서는 반대입니다. 고상선에서 첫 액체가 생기고, 액상선에서 마지막 고체가 사라집니다. 따라서 “액상선은 액체가 처음 생기는 선”이라는 문장은 냉각·가열 방향을 생략해 오해를 만듭니다.
경계선의 뜻은 공정 방향과 함께 읽습니다: 냉각 시 액상선은 첫 고체, 고상선은 마지막 액체입니다.
03한 점에서 읽는 세 가지
전체 조성 $C_0$와 온도 $T$가 주어지면 다음 순서로 읽습니다.
- 존재 상 — 점이 속한 영역의 이름을 읽습니다.
- 각 상의 조성 — 2상 영역이라면 해당 온도에서 수평 타이라인을 긋고, 양 끝 경계와 만나는 조성을 $C_L$, $C_\alpha$로 읽습니다.
- 각 상의 질량 또는 몰 분율 — 축의 조성 단위와 일관되게 지렛대 원리를 적용합니다.
$$ W_\alpha=\frac{C_0-C_L}{C_\alpha-C_L},\qquad W_L=\frac{C_\alpha-C_0}{C_\alpha-C_L} $$
두 분율은 합해서 1이 됩니다. 지렛대 원리는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 전체 물질수지$C_0=W_LC_L+W_\alpha C_\alpha$를 정리한 결과입니다. 전체 조성이 α 쪽 끝점에 가까울수록 α의 분율이 커지는지 확인하면 분자를 뒤집는 실수를 잡을 수 있습니다.
- 축 단위: wt%인가, at%인가?
- 점의 영역: 단일상인가, 2상인가?
- 타이라인 끝점: 전체 조성이 아니라 각 상의 조성인가?
- 지렛대 결과: 두 분율의 합이 1이고 직관과 맞는가?
04왜 타이라인인가 — 자유에너지와 공통접선
같은 온도에서 액체와 고체의 몰 Gibbs 자유에너지를 조성의 함수 $G_L(C)$, $G_\alpha(C)$로 그려 봅시다. 전체 조성에서 한 상으로 있는 것보다, 서로 다른 조성의 L과 α로 나뉘는 편이 전체 자유에너지를 낮출 수 있습니다. 이때 두 자유에너지 곡선에 동시에 닿는 공통접선의 접점이 평형 조성 $C_L$와 $C_\alpha$입니다.
공통접선의 기울기는 성분의 화학퍼텐셜과 연결됩니다. 두 상에서 각 성분의 화학퍼텐셜이 같아야 하므로, 타이라인의 양 끝 조성은 임의의 그림값이 아니라 다음 평형 조건을 만족하는 값입니다.
$$ \mu_A^L=\mu_A^\alpha,\qquad \mu_B^L=\mu_B^\alpha $$
온도를 바꿀 때마다 공통접점이 이동하고, 그 궤적을 이어 만든 선이 액상선과 고상선입니다. 상태도와 자유에너지 곡선은 서로 다른 그림이 아니라 같은 열역학을 두 방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.
05완전고용형 A–B 읽기 예제
아래 수치는 계산 순서를 익히기 위한 가상의 완전고용 A–B 상태도 예입니다. 실제 Cu–Ni 상태도와 혼동하지 않도록 특정 합금의 실험값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.
| 주어진 값 | 상태도에서 읽은 값 | 뜻 |
|---|---|---|
| T = 1250 °C | L+α 영역 | 액체와 고체가 공존 |
| C0 = 35 wt% B | CL = 32, Cα = 43 | 타이라인 양 끝의 상 조성 |
$$ W_\alpha=\frac{35-32}{43-32}=0.273,\qquad W_L=\frac{43-35}{43-32}=0.727 $$
따라서 고체 α는 약 27.3%, 액체는 약 72.7%입니다. 여기서 α의 조성 43 wt% B와 α의 양 27.3%를 구분해야 합니다. 상 조성은 그 상 내부의 성분 비율이고, 상분율은 전체 재료 중 그 상이 차지하는 양입니다.
06공정(eutectic) 상태도
실제 이원계에는 고체 α와 β가 제한적으로만 섞이는 경우가 많습니다. 이때 액체 하나가 특정 온도와 조성에서 두 고체상으로 동시에 바뀌는 공정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.
$$ L\;\rightleftharpoons\;\alpha+\beta $$
압력을 고정한 이원계에서 공정점은 세 상이 공존하므로 $F=C-P+1=2-3+1=0$입니다. 자유도가 0인 불변점이라 온도와 세 상의 조성이 모두 정해집니다. 다만 공정 조직은 α와 β가 함께 자라 만든 층상·봉상 배열이지, 새로운 하나의 상이 아닙니다.
07상태도가 말하지 않는 것
평형 상태도는 최종적으로 가능한 상을 알려 주지만, 그 변화의 속도와 경로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. 확산이 느리면 조성 편석, 코어링, 과포화 고용체가 남고, 빠른 냉각에서는 마르텐사이트나 유리 같은 준안정 상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. 이 차이를 다루는 도구가 TTT·CCT 선도와 상전이 속도론입니다.
또한 선의 위치는 실험 오차와 열역학 데이터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. 실제 설계에서는 축의 단위, 압력, 안정상/준안정상 여부, 데이터 출처와 버전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.
08이 글의 용어 사전
본문을 읽다가 “그래서 이 말이 정확히 뭐지?”라는 질문이 생기면 여기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- 전체 조성overall composition
- 시편 전체를 평균했을 때의 성분 비율입니다. 상태도에서 우리가 지정하는 C₀가 이에 해당합니다.
- 상 조성phase composition
- 공존하는 각 상 내부의 성분 비율입니다. 2상 영역에서는 타이라인 양 끝의 C_L과 C_α로 읽습니다.
- 상분율phase fraction
- 전체 재료 가운데 특정 상이 차지하는 양입니다. 상 조성과 다르며 지렛대 원리로 계산합니다.
- 액상선liquidus
- 그 위에서는 전부 액체인 경계입니다. 냉각할 때 이 선에서 첫 고체가 나타납니다.
- 고상선solidus
- 그 아래에서는 전부 고체인 경계입니다. 냉각할 때 이 선에서 마지막 액체가 사라집니다.
- 타이라인tie line
- 2상 영역에서 같은 온도의 두 평형 조성을 연결하는 수평선입니다.
- 지렛대 원리lever rule
- 전체 조성과 두 상의 조성 사이 물질수지를 이용해 각 상의 분율을 구하는 계산법입니다.
- 공통접선common tangent
- 두 상의 자유에너지 곡선에 동시에 닿는 접선입니다. 접점이 평형 상 조성을 결정합니다.
- 공정반응eutectic reaction
- 특정 온도와 조성에서 하나의 액체가 두 고체상으로 동시에 변하는 L ↔ α + β 반응입니다.
09참고자료와 더 읽을거리
- Gaskell & Laughlin, Introduction to the Thermodynamics of Materials, 7th ed. — 공통접선, 화학퍼텐셜과 상태도.
- MIT OpenCourseWare 3.020, Thermodynamics of Materials — 상평형과 자유에너지 강의 노트.
- NIST Phase Data Repository — 평가된 상태도 자료 검색.
- Chakrabarti et al., “The Cu–Ni system,” Journal of Phase Equilibria (1992) — 실제 Cu–Ni 계의 평가 자료.